2024년 2월 24일 토요일

교육이 죽어야 국가가 산다

 인류는 질문에 답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했다.

사과가 왜 떨어졌는지 궁금해하거나 사람은 왜 날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이다. 화약, 인쇄술, 증기기관 등 인류 전체에 영향을 준 진보들은 모두 다 누군가 문제를 보고 질문하고 답을 낸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보급한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근현대 교육은 궁금해하고 질문한 것에 대한 해답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사람만이 계산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거나 말 없는 마차를 고민하고 풀어낸 곳에서 컴퓨터 공학이나 자동차 공학을 교육 과정으로 만들었고 이를 초중고 대학에서 가르치도록 했다. 답을 아는 사람 주위로 배워야 할 사람들을 모으고 재우고 먹이고 가르치고 평가해서 세상에 내보냈다. 그 사람들이 배운 대로 공장도 만들고 회계업무도 보게 했다.

이것이 근대적인 학교 시스템이었다. 이 엄청난 발명품인 학교 시스템이 나오고 세상이 바뀌었다. 국가의 생산성은 근대적인 학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커졌다. 생산성은 신석기 시대부터 1600년대까지 완만한 성장을 했다. 1636년 미국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가 생기고 학교 제도가 도입되며 미국은 비로소 로켓의 이륙 같은 성장을 보여줬다. 일본은 1872년대 새로운 학제를 공포하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빨리 선진국이 됐다. 새로운 과학과 제도를 빠르고 넓게 전달할 수 있는 발명품이 지금의 학교였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과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 교수의 ‘교육과 기술의 경주’(2010)에 따르면 교육의 속도가 기술 발전보다 빠르면 국가의 성장이 일어나고, 기술이 교육보다 빠르면 성장이 둔화한다고 하였다. 교육은 국가 모든 것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 것이다 .

우리는 뒤늦었고 6·25전쟁 이후에나 근대교육이 이뤄졌지만, 누구보다 교육을 잘 사용했다. 국가는 열심히 학교와 교육제도를 만들었고 부모도 학생도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 이미 답을 만들어 놓은 나라들의 교육 시스템을 빌려왔고 그곳에 유학을 갔고 벤치마킹하러 다녔다. 대한민국은 상당 기간 유학생 숫자에서 전 세계 1등이었고 지금도 인구 대비 유학생 숫자는 여전히 제일 앞에 있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유학이나 학위과정에서 질문하는 법이나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닌 정답만을 배워온 교수님과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은 또 정답을 배웠고, 배우고 외운 대로 사회에 나와 선진국이 먼저 이뤄놓은 반도체를 자동차를 주말과 저녁을 반납하면서 만들어서 이번 세기를 만들게 됐다. 2015년 EBS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누가 서울대 A+를 받는지를 연구했다. 짧게 표현하면 교수님 수업을 질문 없이 농담까지도 그대로 받아 적고 외운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서울대에서 A+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질문을 하고 모르는 문제를 풀 필요도 없이 우리는 밤새워 공부하고 개인을 희생하며 발전을 했고 나름 선진국 주변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준 교육 방식은 우리에게 베푼 것이 많은 만큼 군림하려 하고 있다. 근현대 교육은 그 놀라운 효과성으로 인해 종교 수준으로 의심받으면 안 되거나 폐쇄적이고 변화에 저항하는 분야가 돼 버렸다. 하버드는 400년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버드 방식은 앞으로 실패할 수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네르바대학이나 아리조나주립대 등 기존 학교를 바꿔보려는 의미 있는 시도도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내고 있지만 전체 교육의 변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처럼 교육을 만들지 않고 교육을 수입한 나라는 더 심하다. 뭔가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먼저 ‘신사유람단’부터 만들고 해외 사례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나라가 됐다. 자체적으로 교육 과정을 만들거나 학교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뜻있는 교수나 교사가 학교 경영진에 새로운 혁신을 건의해도 본인도 영어사전 찢어 먹으며 어학공부했어도 유학 다녀오고 원서 다 읽었고 교육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따라달라는 답을 들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 모델과 학교 모델이 시도돼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도 좋다면 교육도 그대로 놔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과 학교는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 100년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변화가 몇 년 사이에도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세상을 온통 흔들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챗GPT나 메타버스, 기후 변화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내일 또 어떤 전염병이나 기술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문제와 질문들이 나왔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로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많아졌다. 학교가 대부분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을 때는 학교에서 교육받아야 했다. 학교가 답을 모르는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교육과 학교는 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더욱 교육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질문할 필요 없이 선진국의 선행 모델을 특유의 근면과 열정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던 패스트팔로워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같은 교육과정을 배우고, 일렬로 줄 세우기를 하고, 답을 가장 빠르고 잘 외우는 순서대로 큰 회사 들어가고, 훈련한 대로 열심히 일해서 3000달러를 3만달러로 만들었다.

외국 여행 가서 100년 된 피자집이나 200년 된 우동집을 가서 발견한 놀란 점이 있다. 그 가게 옆집이 피자집이나 우동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골목에 원조 간장게장집, 족발집만 10개쯤 되는 나라에서 살던 사람한테는 신기한 일이었다. 한 가게만 빼고는 나머지 원조집은 거짓말하고 있고 레시피를 훔쳤을 수도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골목에 이름도 달아주고 조형물도 설치해준다. 반도체나 자동차야 패스트팔로워를 해야 했지만 엄청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찾은 분야를 그대로 따라 하고 외국에서 성공한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수입한다. 남 하는 것 따라 하고 원조보다 더 잘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더 이상 따라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원통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면 교육이 퍼스트무버를 만드는 교육으로 바뀌어야만 하지만 우리 교육 자체가 가장 성공한 패스트팔로워였다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이다.

우리는 우리가 질문하고 답을 낼 줄 알아야 한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질문하고 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복잡하고 연결된 사회이기 때문에 본인이 찾은 답을 공유하고 같이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기능은 가정에서 하기도 어렵고 지자체나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만의 학교를 갖게 해줘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잘하는 학교가 있고 못하는 학교가 있지만 다른 학교는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주는 학교는 없다.

교육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시도를 허락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배우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자사고나 외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교육에 대해 시도하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다양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여야 할 것이고, 같은 대학 입시만을 두고 더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로 나누어져서는 과거의 부작용이나 반발이 반복될 뿐일 것이다. ESPN이 뽑은 한국의 엘리트, 중국 바이두가 생각하는 한국의 5대 국보인 김연아, 방탄소년단, 손흥민, 페이커 등은 한국 공교육에서 교육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교는 다녔지만 캐나다에서 훈련받거나 독학하거나 중학교 졸업 후 자기길을 간 사람들이다. 우리 교육이 한국의 엘리트와 국보와 창업자들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 치대 등이 인기가 높아져서 기성세대에게 이름이 생소한 의대 치대가 한국 최고 공대보다 입학하기가 어렵다. 지금 학생들은 의대 치대를 졸업해도 과거와 다르게 쉽지 않은 의료인의 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는 대학과 대학에 가도 미래는 본인이 알아서 설계해야 하는 대학을 구별하고 있다.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세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질문은 필요없고 답만 외우는 교육과정을 문제 만들고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미래에 맞는 교육은 미국도 영국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다만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400년을 지탱해준 하버드를 버리고 앞으로 400년을 이끌 새교육을 가장 먼저 찾아내는 국가가 퍼스트무버가 될 것이다. 우리가 또 남이 만든 교육을 가져다 쓰면 우리는 퍼스트무버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과 학교의 시도가 허락되어야 한다. 주변에서 열정과 능력 있는 수많은 일선 선생님과 교수님이 규제나 제도 부재로 좌절하고 있고 교육부나 학교 밖에서 교육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진입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시도가 허락되고 응원받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변화된 세상 속에서 사회나 가정이 하던 일 중 잃은 부분을 교육이 안아야 한다. 한 사람을 온 마을이 키운다는 해외 속담이 있다. 대가족이고 형제자매가 많았고 마을과 이웃사촌이 있던 시대에서 마을은 없어지고 가족의 의미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 상황이 되었고 다시 되돌아 가기는 어렵다. 사람의 성장에서 마을과 가족이 하던 역할을 학교가 가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그 일부라도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 혁신은 대한민국뿐이 아닌 전 세계의 화두다. 다양한 에듀테크(Edutech)에 관한 연구와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학교와 솔루션과 콘텐츠가 교류되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은 신성한 영역이고 상업적 산업적 시도를 금기했다. 하지만 교육은 연구하고 수출하고 투자되는 산업 기능이 있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정부와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 호주는 교육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세 번째 규모다. 교육을 산업으로 봐야 하는 것 외에 교육을 산업 발전의 도구로 보는 시점도 필요하다. 이제 대부분의 회사는 대학에서 무엇인가를 배운줄 아는 바보들을 재교육시켜야 하거나 아예 인력을 못 구해 은퇴자나 외국인, 경력단절된 분들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것은 모두 새로운 교육 수요다.

인류는 질문에 답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했다.

사과가 왜 떨어졌는지 궁금해하거나 사람은 왜 날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이다. 화약, 인쇄술, 증기기관 등 인류 전체에 영향을 준 진보들은 모두 다 누군가 문제를 보고 질문하고 답을 낸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보급한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근현대 교육은 궁금해하고 질문한 것에 대한 해답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사람만이 계산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거나 말 없는 마차를 고민하고 풀어낸 곳에서 컴퓨터 공학이나 자동차 공학을 교육 과정으로 만들었고 이를 초중고 대학에서 가르치도록 했다. 답을 아는 사람 주위로 배워야 할 사람들을 모으고 재우고 먹이고 가르치고 평가해서 세상에 내보냈다. 그 사람들이 배운 대로 공장도 만들고 회계업무도 보게 했다.

이것이 근대적인 학교 시스템이었다. 이 엄청난 발명품인 학교 시스템이 나오고 세상이 바뀌었다. 국가의 생산성은 근대적인 학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커졌다. 생산성은 신석기 시대부터 1600년대까지 완만한 성장을 했다. 1636년 미국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가 생기고 학교 제도가 도입되며 미국은 비로소 로켓의 이륙 같은 성장을 보여줬다. 일본은 1872년대 새로운 학제를 공포하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빨리 선진국이 됐다. 새로운 과학과 제도를 빠르고 넓게 전달할 수 있는 발명품이 지금의 학교였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과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 교수의 ‘교육과 기술의 경주’(2010)에 따르면 교육의 속도가 기술 발전보다 빠르면 국가의 성장이 일어나고, 기술이 교육보다 빠르면 성장이 둔화한다고 하였다. 교육은 국가 모든 것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 것이다 .

우리는 뒤늦었고 6·25전쟁 이후에나 근대교육이 이뤄졌지만, 누구보다 교육을 잘 사용했다. 국가는 열심히 학교와 교육제도를 만들었고 부모도 학생도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 이미 답을 만들어 놓은 나라들의 교육 시스템을 빌려왔고 그곳에 유학을 갔고 벤치마킹하러 다녔다. 대한민국은 상당 기간 유학생 숫자에서 전 세계 1등이었고 지금도 인구 대비 유학생 숫자는 여전히 제일 앞에 있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유학이나 학위과정에서 질문하는 법이나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닌 정답만을 배워온 교수님과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은 또 정답을 배웠고, 배우고 외운 대로 사회에 나와 선진국이 먼저 이뤄놓은 반도체를 자동차를 주말과 저녁을 반납하면서 만들어서 이번 세기를 만들게 됐다. 2015년 EBS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누가 서울대 A+를 받는지를 연구했다. 짧게 표현하면 교수님 수업을 질문 없이 농담까지도 그대로 받아 적고 외운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서울대에서 A+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질문을 하고 모르는 문제를 풀 필요도 없이 우리는 밤새워 공부하고 개인을 희생하며 발전을 했고 나름 선진국 주변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준 교육 방식은 우리에게 베푼 것이 많은 만큼 군림하려 하고 있다. 근현대 교육은 그 놀라운 효과성으로 인해 종교 수준으로 의심받으면 안 되거나 폐쇄적이고 변화에 저항하는 분야가 돼 버렸다. 하버드는 400년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버드 방식은 앞으로 실패할 수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네르바대학이나 아리조나주립대 등 기존 학교를 바꿔보려는 의미 있는 시도도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내고 있지만 전체 교육의 변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처럼 교육을 만들지 않고 교육을 수입한 나라는 더 심하다. 뭔가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먼저 ‘신사유람단’부터 만들고 해외 사례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나라가 됐다. 자체적으로 교육 과정을 만들거나 학교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뜻있는 교수나 교사가 학교 경영진에 새로운 혁신을 건의해도 본인도 영어사전 찢어 먹으며 어학공부했어도 유학 다녀오고 원서 다 읽었고 교육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따라달라는 답을 들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 모델과 학교 모델이 시도돼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도 좋다면 교육도 그대로 놔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과 학교는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 100년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변화가 몇 년 사이에도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세상을 온통 흔들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챗GPT나 메타버스, 기후 변화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내일 또 어떤 전염병이나 기술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문제와 질문들이 나왔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로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많아졌다. 학교가 대부분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을 때는 학교에서 교육받아야 했다. 학교가 답을 모르는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교육과 학교는 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더욱 교육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질문할 필요 없이 선진국의 선행 모델을 특유의 근면과 열정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던 패스트팔로워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같은 교육과정을 배우고, 일렬로 줄 세우기를 하고, 답을 가장 빠르고 잘 외우는 순서대로 큰 회사 들어가고, 훈련한 대로 열심히 일해서 3000달러를 3만달러로 만들었다.

외국 여행 가서 100년 된 피자집이나 200년 된 우동집을 가서 발견한 놀란 점이 있다. 그 가게 옆집이 피자집이나 우동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골목에 원조 간장게장집, 족발집만 10개쯤 되는 나라에서 살던 사람한테는 신기한 일이었다. 한 가게만 빼고는 나머지 원조집은 거짓말하고 있고 레시피를 훔쳤을 수도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골목에 이름도 달아주고 조형물도 설치해준다. 반도체나 자동차야 패스트팔로워를 해야 했지만 엄청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찾은 분야를 그대로 따라 하고 외국에서 성공한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수입한다. 남 하는 것 따라 하고 원조보다 더 잘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더 이상 따라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원통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면 교육이 퍼스트무버를 만드는 교육으로 바뀌어야만 하지만 우리 교육 자체가 가장 성공한 패스트팔로워였다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이다.

우리는 우리가 질문하고 답을 낼 줄 알아야 한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질문하고 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복잡하고 연결된 사회이기 때문에 본인이 찾은 답을 공유하고 같이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기능은 가정에서 하기도 어렵고 지자체나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만의 학교를 갖게 해줘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잘하는 학교가 있고 못하는 학교가 있지만 다른 학교는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주는 학교는 없다.

교육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시도를 허락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배우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자사고나 외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교육에 대해 시도하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다양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여야 할 것이고, 같은 대학 입시만을 두고 더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로 나누어져서는 과거의 부작용이나 반발이 반복될 뿐일 것이다. ESPN이 뽑은 한국의 엘리트, 중국 바이두가 생각하는 한국의 5대 국보인 김연아, 방탄소년단, 손흥민, 페이커 등은 한국 공교육에서 교육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교는 다녔지만 캐나다에서 훈련받거나 독학하거나 중학교 졸업 후 자기길을 간 사람들이다. 우리 교육이 한국의 엘리트와 국보와 창업자들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 치대 등이 인기가 높아져서 기성세대에게 이름이 생소한 의대 치대가 한국 최고 공대보다 입학하기가 어렵다. 지금 학생들은 의대 치대를 졸업해도 과거와 다르게 쉽지 않은 의료인의 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는 대학과 대학에 가도 미래는 본인이 알아서 설계해야 하는 대학을 구별하고 있다.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세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질문은 필요없고 답만 외우는 교육과정을 문제 만들고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미래에 맞는 교육은 미국도 영국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다만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400년을 지탱해준 하버드를 버리고 앞으로 400년을 이끌 새교육을 가장 먼저 찾아내는 국가가 퍼스트무버가 될 것이다. 우리가 또 남이 만든 교육을 가져다 쓰면 우리는 퍼스트무버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과 학교의 시도가 허락되어야 한다. 주변에서 열정과 능력 있는 수많은 일선 선생님과 교수님이 규제나 제도 부재로 좌절하고 있고 교육부나 학교 밖에서 교육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진입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시도가 허락되고 응원받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변화된 세상 속에서 사회나 가정이 하던 일 중 잃은 부분을 교육이 안아야 한다. 한 사람을 온 마을이 키운다는 해외 속담이 있다. 대가족이고 형제자매가 많았고 마을과 이웃사촌이 있던 시대에서 마을은 없어지고 가족의 의미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 상황이 되었고 다시 되돌아 가기는 어렵다. 사람의 성장에서 마을과 가족이 하던 역할을 학교가 가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그 일부라도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 혁신은 대한민국뿐이 아닌 전 세계의 화두다. 다양한 에듀테크(Edutech)에 관한 연구와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학교와 솔루션과 콘텐츠가 교류되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은 신성한 영역이고 상업적 산업적 시도를 금기했다. 하지만 교육은 연구하고 수출하고 투자되는 산업 기능이 있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정부와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 호주는 교육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세 번째 규모다. 교육을 산업으로 봐야 하는 것 외에 교육을 산업 발전의 도구로 보는 시점도 필요하다. 이제 대부분의 회사는 대학에서 무엇인가를 배운줄 아는 바보들을 재교육시켜야 하거나 아예 인력을 못 구해 은퇴자나 외국인, 경력단절된 분들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것은 모두 새로운 교육 수요다.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3031400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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