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명, 대한민국의 퍼스트무버 전환을 위한 마지막 기회
역사는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제시한다2. 서양은 종교 혁명과 시민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진 후, 자유로워진 시민들이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그 성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현대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618. 반면 한국은 서양의 것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교육 혁명을 먼저 실시하고, 그곳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서양 산업을 복사하여 빠르게 산업혁명을 따라잡은 후,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서양의 민주주의를 학습해 현재에 이르렀다920. 이러한 '복사 중심' 발전 모델은 한국을 새로운 것을 자체적으로 창조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들었으며,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부터 다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16.
한국의 글로벌 교육·혁신 성과: 양면의 초상
2024년 현재 한국의 교육과 혁신 성과는 세계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12132628. OECD가 발표한 PISA 2022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한국은 60점 만점에 38점을 기록해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1213.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2024 글로벌 혁신지수에서도 133개국 중 6위를 기록하며 5년 연속 10위권을 유지했다2628. 특히 인적자본·연구 부문에서는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GDP 대비 R&D 투자비율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1921.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과 뒤에는 구조적 한계가 숨어있다14.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높았지만, 최상위권인 5등급 이상 학생들의 비율로 순위를 다시 매기면 20위로 급락한다14. 이는 한국 교육이 "평균 정도의 수준을 하는 학생을 많이 양산해 내는 교육제도"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14. 세계를 주름잡는 인재들은 최상위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인물들인데, 한국은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14.
역사적 맥락: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의 진화
한국의 경제발전은 뚜렷한 단계적 진화 과정을 거쳐왔다24. 1960-1980년대 모방·학습형 단계에서는 선진국 기술을 도입하는 Fast Follower 전략이 주효했다2. 1990-2000년대에는 기술 개선과 효율화에 집중하는 개선·응용형으로 발전했으며, 2010년대에는 글로벌 표준을 달성하는 추격·완성형에 도달했다4. 2020년대 현재는 일부 영역에서 선도하기 시작하는 전환·혁신형 단계에 있으며, 2030년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선도·창조형 First Mover로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24.
문제는 이제부터다4. 한국은 '빠른 추격자' 전략을 가능케 하는 요소를 대부분 잃어버렸다4. 임금과 근로시간 모두 선진국 수준이 되면서 생산성과 원가·시간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으며, 대안으로 '시장 선도자', 즉 '퍼스트 무버'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4.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혁신 저해: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재벌의 역사적 역할: 모범생 양성 시스템
재벌은 한국 경제 성장기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614. 이들은 **"서양이 개척한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모범생"**을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22. 1960년대부터 국내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을 엄격한 서열화 과정을 거쳐 선발했으며, 이들에게 선진국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방법론을 주입했다622. 삼성과 현대 등 주요 그룹은 하버드·MIT 등 명문대 출신 인재를 유치해 글로벌 트렌드를 해석하고 국내에 적용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를 통해 반도체·자동차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614.
이 시스템의 성공은 숫자로 증명된다2225. 2023년 기준 국내 대기업 임원의 68%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며, 재벌 3세들의 75%는 해외 명문대 MBA 과정을 수료했다2225.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자가 아닌 문제 복사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10. 2018년 삼성전자 연구개발(R&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엔지니어의 82%가 기존 기술 개선에 집중하는 반면 신기술 창출 비중은 18%에 그쳤다10.
패스트팔로워 전략의 구조적 한계
재벌 시스템은 **"정답 있는 시험"**에 최적화되어 있다723.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사내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선진 기업의 성공 사례를 표준화된 커리큘럼으로 가르치고, 5년 차까지는 해외 선진기업 연수를 의무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723. 이러한 환경에서 창의성은 오히려 처벌받는다12. 2021년 LG경제연구원 조사에서 54%의 임직원이 "기존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아이디어 제시 시 불이익 우려"를 토로했다12.
이러한 구조는 기술 추격 속도가 경쟁력이던 시대에는 유효했으나, AI·양자컴퓨팅 등 기술 변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현재에는 치명적이다8. 2025년 MIT 테크놀로지리뷰 분석에 따르면, 신기술 상용화 주기가 2010년 평균 3.2년에서 2024년 0.7년으로 단축되면서 모방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8. 삼성전자가 2023년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2324.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성공하며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24. 현재 HBM 제품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24. 반면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삼성의 제품에 대해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2324.
미래 지향적 재벌 개혁 방향
재벌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체 문제 정의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811. 현대차그룹이 2025년 도입한 'H-모빌리티 클래스'는 이를 위한 시도다811.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동화·자율주행 분야의 개방형 과제를 제시하고, 6개월간 자율 연구를 지원하며 최종 10팀에게 창업 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811. 참여학생의 37%가 기존에 없던 차세대 배터리 냉각시스템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3건이 특허 출원되는 성과를 냈다24.
재벌의 역할 재정의도 필요하다19. SK그룹의 '사회적 가치(SV) 경영'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19. 2024년 기준 그룹 내 23개사가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한 150개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중 45개 과제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했다19.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소기업 12곳과 지식재산권(IP)을 공동 소유하는 모델을 도입해 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19.
정책 지원의 패러다임 전환
정부의 역할은 **"복제 능력 평가"**에서 **"창조 역량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2025년 도입된 '창업도약패키지'는 대기업-벤처 협업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참여기업은 삼성·현대 등과 공동 R&D를 진행하며, 성공 시 매출의 3%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대신 실패할 경우 정부가 70%의 리스크를 분담한다. 초기 50개사가 선정되어 양자암호통신·초경량 소재 분야에서 11건의 파격적 기술을 선보이며 투자유치 300억 원을 달성했다.
교육-산업 연계 시스템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1020. KAIST는 2024년 '미래문제설계학과'를 신설했다1020. 학생들은 매학기 실제 기업이 제기한 100개의 미해결 과제 중 1개를 선택해 6개월간 연구하며, 성공 시 특허 출원과 동시에 창업을 지원받는 시스템이다20. 개설 첫해 32개 팀 중 7개 팀이 스텔스 모드(기술 검증 단계)를 통과했으며, 2개 팀은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20.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 핀란드 모델에서 배우는 교훈
한국 교육의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시험 중심,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620.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 시험은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620. 이러한 시험 중심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해하고, 단순한 암기 위주의 학습을 조장한다618.
반면 핀란드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중시하며, 학습 과정에서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한다18.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전통적인 과목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현상 기반 학습을 도입하고 있다18. 이는 학생들이 실제 현상이나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여러 과목을 통합하여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다18. 또한 핀란드는 협업과 팀워크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반면, 한국은 주로 개인의 학업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8.
교육시스템에서는 창의성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169. 단편적 지식 전달을 넘어, 문제 해결형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비판적 사고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9.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모두를 혁신해 학생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9.
기업문화 영역에서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조성이 핵심이다512.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은 효율성·생산성 중심 접근법으로는 나오기 어렵다4. 열 번을 실패해도 한 번의 성공이 성과를 만든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4.
창업생태계는 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2527. 2024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20% 감소한 6조 863억원을 기록했으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41% 급증한 9,666억원을 기록해 특정 분야의 혁신 잠재력을 보여주었다2527.
혁신투자 현황과 미래 전망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023년 119조 740억원으로 GDP 대비 4.96%를 기록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했다1921.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9.5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21. 이는 정부와 민간이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28.
그러나 투자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4. 연구개발 단계별로는 개발연구가 77조 8,584억원(65.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기초연구는 17조 7,404억원(14.9%)에 그쳤다21.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기초연구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4.
결론: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재벌의 진화
재벌은 더 이상 '답안지 복사기'가 아닌 '문제 정의자'로 거듭나야 한다1518. 2025년 현재,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테슬라·엔비디아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신개념 뉴로모픽 칩을 개발 중인 것15, 현대차가 로보틱스 스타트업 32곳을 인큐베이팅하며 도시형 항공모빌리티(UAM)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18은 긍정적 신호다1518.
재벌 해체가 아닌 **"재벌의 메타버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24. 이를 위해선 교육에서부터 '정답 찾기'가 아닌 '질문 만들기'를 훈련시키고, 기업 문화에서 '위험 회피' 대신 '실패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정책에서 '규제' 대신 '실험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149.
미래를 위한 인재정책과 교육개혁은 창의성과 융합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의 전환,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고등교육 체계 구축,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혁신,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 교육 혁신의 병행이라는 4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9. 결국 모든 경제 전략의 핵심은 사람이며, 한국이 21세기에도 번영을 이어가려면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9.
대한민국이 진정한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는 창의적 문제정의 능력을 갖춘 인재와 이를 수용할 재벌의 공진화에 달려 있다249. 지금이 바로 교육 혁명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역사적 전환점이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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